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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돈이란 무엇일까?

돈의 역사 — 권력과 신뢰의 진화

by 어부 킴제이 2025. 10. 11.

기원

 

우리는 돈을 만질 때마다 ‘가치’를 느끼지만, 그 종이 자체에는 아무 힘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은 인류가 **서로를 믿지 못해서 만든 ‘신뢰의 상징’**이다.
물건을 직접 교환하던 시대엔, 물물교환의 불편이 인간의 불신을 드러냈다.
‘너의 소 한 마리가 내 곡식 한 자루와 같은가?’ 이 질문이 돈의 기원이었다.

 

①금속에서 제국으로 — 돈은 권력의 증표였다

처음엔 금속이 신뢰의 기준이었다. 황금은 썩지 않았고, 나라는 이를 독점해 화폐로 주조했다.
리디아 왕국이 세계 최초로 주화를 만든 이유도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였다.
돈은 신뢰의 매개라기보다 권력의 통제 장치였다.
“돈을 주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화폐의 통제권은 곧 폭력과 질서의 독점권이었고, 그 권력을 가진 자가 국가였다.

 


②신용의 시대 — 종이가 금을 대체하다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최초의 중앙은행이 생겼다.
금고에 보관된 금 대신 종이 영수증이 거래되면서, 종이가 신뢰를 대표하게 되었다.
이것이 ‘신용화폐’의 시작이다.
존으로(John Law)는 “돈의 가치는 금이 아니라 믿음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의 실험은 실패했지만, 그 철학은 세상을 바꿨다.
이때부터 돈은 금속이 아니라 신뢰의 추상적 기호가 되었다.
국가가 보증하는 ‘채무의 약속서’, 바로 우리가 쓰는 지폐다.

 


③디지털 통화 — 신뢰의 주체가 바뀐다

21세기, 돈의 신뢰 주체는 중앙은행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되었다.
비트코인은 “신뢰할 제삼자를 제거하라”는 혁명적 선언이었다.
더 이상 국가가 보증하는 돈이 아니라,
분산된 네트워크가 ‘합의’를 통해 신뢰를 유지한다.
결국 돈의 역사는 “누가 신뢰를 통제하는가?”의 역사다.
왕에서 은행으로, 은행에서 코드로 — 신뢰의 중심이 계속 이동해 왔다.

 


돈의 본질은 신용, 신용의 본질은 신뢰다.
돈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사실 신뢰가 어떻게 구성되고 유지되는지를 모른다는 뜻이다.
우리가 돈을 컨트롤하려면, 금리나 환율보다 먼저 ‘신뢰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돈은 단순히 교환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가장 정교한 신뢰의 기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