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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돈이란 무엇일까?

숫자의 함정, 물가가 내려가도 금리가 요지부동인 이유(미국 노동부의 소비자물가지수 분석)

by 어부 킴제이 2025. 12. 19.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며 뉴욕 증시는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다우지수와 S&P500, 그리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까지 일제히 오름세로 마감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인플레이션 정복이 눈앞에 다가온 듯한 모습이다. 특히 실적 호조를 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10% 넘게 폭등하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까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호의 이면을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이번 지표가 던지는 메시지는 희망보다는 혼란에 가깝다. 시장은 숫자에 반응했지만, 그 숫자를 만들어낸 데이터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환호와 지표의 불확실성

경제 지표는 정책 결정자와 투자자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나침반 자체가 고장 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번 11월 CPI 발표가 바로 그런 경우다. 전년 대비 2.7% 상승이라는 수치는 얼핏 보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상당히 근접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시장은 이 수치를 반기면서도 동시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표 발표 직후 증시는 올랐지만, 정작 내년 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번 물가 하락을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완화가 아닌, 통계적 오류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현재의 증시 상승은 물가 안정에 대한 신뢰보다는, 개별 기업들의 견고한 실적과 유동성 환경에 의한 단기적인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

 

통계의 공백이 만들어낸 착시 현상

이번 물가 지표가 신뢰를 잃은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에 있다. 지난 10월, 정부 업무가 중단되면서 현장 물가 조사관들이 가격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10월 데이터가 통째로 누락되었고, 11월 데이터는 9월 이후 두 달간의 변화를 한꺼번에 담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11월 특유의 계절적 요인인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가 지표에 과도하게 반영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평소보다 가파른 할인 폭이 데이터에 찍히면서 전체 인플레이션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하락 착시'를 일으킨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잡음'이 섞인 데이터로는 실제 경제의 혈압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주거비 산정 오류와 누락된 진실

데이터 왜곡의 정점은 인플레이션의 핵심 요소인 주거비에서 나타났다. 주거비는 소비자물가지수 산출 비중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는 10월의 데이터 누락으로 인해 주거비 상승률이 사실상 0으로 처리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현실 세계에서 임대료와 집값이 꾸준히 상승 압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계 자료상으로는 주거비가 멈춰 있는 것으로 기록된 것이다. 이는 전체 CPI 수치를 최소 0.3%에서 0.5% 포인트 가량 낮게 보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우리가 보고 있는 2.7%라는 숫자는 실제 체감 물가보다 훨씬 낮게 조정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농익어 있다.

 

결론: 데이터의 노이즈를 걷어내는 통찰력

결국 현명한 투자자라면 지표의 겉모습이 아닌 그 이면의 구조적 결함을 직시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잡히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번 11월의 왜곡된 수치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이 정상화될 12월 혹은 내년 1월의 지표까지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연준이 CPI 하락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부실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통계는 진실을 가릴 수 있다. 지금은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섣부른 낙관론에 베팅하기보다, 숫자의 함정을 경계하며 기업의 본질적인 이익과 실물 경제의 흐름을 분석하는 '투자자의 마인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