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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돈이란 무엇일까?

삼촌의 돈 수업<4> 생활의 언어로 푸는 경제(물가, 세금, 소비)

by 어부 킴제이 2025. 11. 13.

 

돈은 숫자가 아니라 온도다. 인플레이션은 그 온도를 높이고, 세금은 흐름을 바꾸며, 소비는 체온처럼 삶을 조절한다. 우리는 매일 이 세 가지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른다. 이 글은 인플레이션과 세금, 소비 구조를 생활의 언어로 풀어낸 경제의 직관이다.

 

인플레이션 — 조용히 당신의 통장을 녹이는 열

삼촌은 말했다. “조카야, 인플레이션은 불이 아니야. 바람이야. 안 보여도 계속 불고 있지.”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서서히 녹는 현상이다.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라, 돈의 ‘구매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년 전 5천 원으로 점심을 해결했다면, 지금은 만 원이 필요하다. 음식이 비싸진 게 아니라, 돈이 약해진 거다.
이걸 사람들은 잘 체감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월급도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상승 속도가 다르다. 인플레이션이 연 3%라면, 10년 뒤 100만 원의 가치는 74만 원 정도로 떨어진다. 이건 보이지 않는 세금이다. 돈을 들고만 있으면, 조용히 잃는 구조.
삼촌은 덧붙인다.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사람에게 가혹하고, 부자에게 관대해.” 자산을 가진 사람은 물가가 오를 때 자산 가치도 함께 오른다. 하지만 월급에 의존하는 사람은 같은 월급으로 더 적은 것을 사게 된다. 그래서 ‘돈의 속도’보다 ‘돈의 위치’가 중요하다.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방향에 서 있을 순 있다. 돈을 잠들게 두면 바람이 스쳐 가고, 돈을 움직이면 바람을 타게 된다.

 

세금 —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든 역학의 질서

세금은 흔히 ‘빼앗기는 돈’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세금은 사회가 돈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순환 장치다. 문제는 그 흐름이 공평하지 않다는 데 있다.
소득세, 부가세, 종합소득세, 지방세… 숫자는 복잡하지만 단순하다. ‘소득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번 사람에게, 더 많이 걷는다.’ 그러나 이 단순한 원리가 현실에선 불균형하게 작동한다. 왜냐하면 ‘세금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5천만 원을 벌어도 누군가는 절세 구조를 설계해 세후 소득을 4천만 원으로 만들고, 다른 누군가는 3천5백만 원으로 줄어든다. 법은 같지만, 해석과 활용은 다르다. 즉, 세금은 지식의 게임이다.
삼촌은 조카에게 말한다. “세금을 두려워하지 말고, 구조를 공부해라. 세금은 피해 다닐 대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언어야.”
국가는 세금으로 흐름을 조절한다.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는 브레이크라면, 세금은 분배의 핸들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 핸들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금을 내는 것과 세금을 관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의무지만, 후자는 전략이다.
세금은 결국 ‘국가의 시선’이다. 어디서 벌고, 어디서 쓰는지, 누가 흐름의 중심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금의 언어를 이해하는 순간, 당신은 돈의 지도를 읽게 된다.

 

소비 구조 — 감정의 경제학과 시스템의 전환

삼촌은 늘 강조했다. “돈은 쓰는 방식이 아니라, 생각의 구조를 반영해.” 소비란 감정과 시스템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사람들은 합리적 소비를 원하지만, 대부분의 소비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피로를 보상하려고 지출하고, 불안을 달래려 쇼핑한다. 문제는 이 패턴이 습관이 되면, 돈의 흐름이 감정에 종속된다는 점이다.
소비의 구조를 바꾸려면 단순히 ‘덜 써야지’로는 안 된다. 감정적 소비를 시스템적 소비로 바꾸는 방법이 필요하다.
첫째, 지출을 감정 대신 목적에 연결하라. ‘이 돈은 나를 지치게 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쓴다’, ‘이건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투자다’처럼 목적을 명시하면 소비가 투자로 전환된다.
둘째, ‘자동화된 소비 시스템’을 설계하라. 필수 지출, 저축, 투자, 여가비를 고정된 구조로 나누어 놓으면 감정이 끼어들 틈이 줄어든다.
셋째, ‘보이지 않는 소비’를 추적하라. 커피, 구독, 배달비, 수수료처럼 작지만 소비가 전체 재무의 균형을 깨뜨린다.
소비 구조의 본질은 단순하다. 돈은 쓰이는 대로 방향이 만들어진다.
삼촌은 말한다. “조카야, 돈을 쓰는 건 죄가 아니야. 다만 네가 모르는 방식으로 새는 게 문제지.”
소비는 삶의 일부이지만, 그 구조를 자각하지 않으면 인생 전체가 소비에 종속된다.


인플레이션은 시간의 세금이고, 세금은 사회의 구조이며, 소비는 그 구조 안에서의 선택이다. 이 세 가지를 이해하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돈의 피해자가 아니다. 경제를 배운다는 건 돈의 숫자를 계산하는 게 아니라, 돈이 흐르는 이유를 읽는 일이다. 삼촌은 조카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야.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