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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돈이란 무엇일까?

서른의 돈 스터디<8> 보험의 올바른 이해(지출 아닌 안전망으로)

by 어부 킴제이 2025. 11. 8.


보험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지만, 거의 아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 상품이다. 누군가는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를 ‘쓸데없는 낭비’라 생각하고, 누군가는 ‘마음의 위안’이라 여기며 무턱대고 여러 개에 가입한다. 그러나 보험의 본질은 그 둘 중 어디에도 있지 않다. 보험은 위험 관리 시스템이다. 즉, 내 인생의 변수를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두는 장치다. 이번 글에서는 서른의 현실에 맞는 보험 이해력을 구축하는 방법을 다룬다.

 

보험의 본질 – 불확실성을 비용으로 나누는 구조

서른쯤 되면 보험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생명보험, 암보험, 연금보험까지. 하지만 정작 “왜 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 보험의 본질은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공유하는 데 있다.
보험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사회적 비용으로 분산시키는 구조다. 예를 들어, 암 진단받았을 때 5천만 원의 치료비를 개인이 감당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00만 명이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누어 내면, 누군가가 그 5천만 원의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것이 보험의 핵심 원리다.
따라서 보험은 ‘손해를 막는 수단’이 아니라 ‘위험을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불확실한 사건을 숫자로 환산하고, 그 확률을 돈으로 분산하는 구조. 결국 보험은 심리적 안정과 재정적 복원력을 동시에 만든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 구조를 모른 채 ‘추천’이나 ‘불안’으로 가입한다는 것이다. 보험은 불안을 사는 게 아니라, 불안을 설계하는 도구다. 내가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그 위험의 금전적 규모가 얼마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필요한 보장’을 선택할 수 있다.

 

필요한 보험 –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복원력

보험의 핵심은 “모든 걸 보장받을 필요는 없다”라는 데 있다. 서른의 재무에서 보험은 ‘소비’가 아니라 ‘기초 설비’다. 즉, 내 자산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이다. 따라서 보험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실손의료보험은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질병과 사고의 위험은 존재하고, 실손보험은 그 위험을 가장 직접적으로 커버한다. 단, 중복 보장은 피해야 한다. 이미 회사 단체보험이 있다면 개인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인해 불필요한 항목을 줄인다.
둘째, 정기보험(사망 보장형)은 가장 효율적인 보장성 상품이다. 종신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하고, 필요한 기간만 보장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어리거나 대출이 많을 때, 만약의 상황이 생기면 가족의 생활이 흔들리지 않게 지켜준다. 반대로 독신이거나 부양가족이 없다면 굳이 가입할 필요는 없다.
셋째, 암·질병·수술 특약은 확률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모든 특약을 넣기보다, 가족력·생활 습관·직업 위험도를 고려해 선택한다. 보험은 심리적 위안이 아니라 확률적 효율성의 산물이다.
마지막으로, 저축성 보험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라. 금리 구조상 장기 수익률이 매우 낮고, 중도 해지 시 손실이 크다. 보험은 투자 수단이 아니라 보장 수단이다. ‘보험으로 돈을 벌겠다’라는 발상은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다. 투자와 보험은 역할이 다르다. 보험은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자는 수익을 추구한다. 그 구분이 서 있을 때 재무는 안정된다.

 

보험 리터러시 – 관리하고 점검하는 습관

보험의 진짜 가치는 가입이 아니라 관리와 점검에 있다. 서른의 시점에서 이미 3~5개의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많지만, 실제 보장 내역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어떤 보장을 얼마까지 받는지, 중복 항목은 없는지, 보험료가 과도하지 않은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보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다음의 루틴이 필요하다.
① 연 1회 ‘보험증권 정리’를 하며 모든 계약 내용을 표로 정리한다.
② 중복 보장 항목은 통합하거나 해지한다.
③ 보험료 총액이 월 소득의 5~7%를 넘지 않도록 조정한다.
④ 가족의 상황(결혼, 출산, 대출 변동 등)이 바뀌면 즉시 보장 범위를 수정한다.
또한, 보험은 재정 상태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해야 하는 구조적 지출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보장을 확장할 수 있지만, 반대로 소득이 줄어들면 과감히 축소해도 된다. 중요한 건 유지하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보험 이해력은 결국 ‘위험을 관리하는 언어 능력’이다. 어떤 위험이 존재하고, 그것을 숫자로 환산하며, 그 비용을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능력. 서른의 재무는 이 언어를 배워야 한다. 그래야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이 와도, 재정은 무너지지 않는다.


보험은 ‘언제 쓸지 모르는 돈’이 아니다. 그것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장치’다. 서른의 재무에서 보험은 지출이 아니라 복원력의 비용이다. 보험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불확실성을 통제할 수 있다. 그것이 진짜 안정의 시작이다.